10통사1-04-03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 윤리

낯선 문화를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다름을 존중하라는 명령과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은 어디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명령은 종종 충돌한다. 이 긴장 사이에서 길을 찾는 것이 이 단원의 과제이다.

LEARNING GOALS학습 목표
자문화 중심주의·문화 사대주의·극단적 문화 상대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문화 상대주의의 의미와 보편 윤리의 필요성을 사례 속에서 균형 있게 적용할 수 있다.

§ 1문화를 대하는 세 가지 잘못된 태도

다른 문화를 만났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그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본능은 종종 갈등과 폭력의 씨앗이 된다. 반대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도 문제가 생긴다. 역사 속에서 인류는 세 가지 잘못된 태도를 보여 왔다.

ETHNOCENTRISM

자문화 중심주의

자기 문화만이 우월하고, 다른 문화는 열등하다고 보는 태도. 자기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평가한다.

예 · 중화사상(中華思想)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주변은 모두 "오랑캐(夷)"라고 본 사상. 동서남북의 이민족을 동이·서융·남만·북적이라 부르며 문화적 우열을 단정했다.
예 · 유럽 중심주의 19세기 유럽인들은 자기 문명을 "문명(civilization)", 다른 사회를 "야만(savage)·미개(primitive)"라 부르며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
CULTURAL TOADYISM

문화 사대주의

반대로 다른 문화가 우월하고 자기 문화는 열등하다며 무조건 추종·모방하는 태도. 자기 정체성을 잃기 쉽다.

예 · 조선의 모화(慕華)사상 조선 후기 일부 사대부들은 명·청을 "큰 나라"로 떠받들며 자국의 글(한글)을 "언문"이라 낮추어 보았다. 자국 문화를 비하하는 풍토가 만연했다.
예 · 일제하 식민사관 일본 학자들이 한국사를 "정체성"·"타율성"으로 규정한 것을 한국인 자신이 내면화하여 자국 역사를 폄훼한 경향. 해방 후 한국 학자들에 의해 극복되어 갔다.
EXTREME RELATIVISM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

"문화는 다 다르니 어느 문화도 비판할 수 없다"는 태도. 그러나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마저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예 · "명예살인은 그들의 문화"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는 관습을 "그들의 문화이니 존중해야 한다"고 옹호한다면, 이는 인간의 생명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예 · "여성할례는 그들의 전통"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지는 신체 훼손을 단지 "오랜 전통"이라는 이유로 비판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 이는 보편적 인권에 어긋난다.

이 세 태도는 모두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다른 문화의 가치를 부정하고, 문화 사대주의는 자기 문화의 가치를 부정한다. 그리고 극단적 상대주의는 모든 문화의 가치 그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문화에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을 부정한다. 우리는 이 셋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 2문화 상대주의 — 다름을 이해하는 자세

문화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란 모든 문화는 그 사회의 환경·역사·필요에 의해 형성된 것이므로 그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는 자문화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현대 인류학의 기본 입장이다.

문화 상대주의의 정의

"한 문화의 가치와 의미는 그 문화 안의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자기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우월하다·열등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태도는 이해의 자세이지 모든 것을 인정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어떤 문화 관습이 그 사회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야, 그것을 평가할지 어떻게 평가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문화 상대주의를 만든 두 인류학자

FRANZ BOAS · 1858–1942
"문화는 진화의 단계가 아니다"
"어떤 문화도 다른 문화보다 더 '발전했다'고 말할 수 없다. 모든 문화는 자기 환경 속에서 합리적이다."

독일 태생의 미국 인류학자. 19세기 말 "야만 → 미개 → 문명"이라는 단선적 진화론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는 알래스카·태평양 북서부 원주민 사회를 직접 연구하며 모든 문화가 자신의 맥락에서 합리적이고 정교한 체계임을 증명했다. 그의 제자들이 20세기 미국 인류학을 만들었다.

MARGARET MEAD · 1901–1978
"문화는 인간 본성이 아니다"
"우리가 '인간 본성'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이 실은 그 문화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문화를 다양하게 만들면 인간도 다양하게 자란다."

보아스의 제자. 1928년 『사모아의 청소년』에서 미국식 "사춘기 폭풍"이 사모아에서는 보이지 않음을 보여 줌으로써, 사춘기 갈등이 인간 본성이 아니라 미국 문화의 특수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연구는 성역할·청소년기·결혼관 등에 대한 미국 사회의 통념을 흔들었다.

문화 상대주의의 두 가지 의미

문화 상대주의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되곤 한다. 첫째, 방법론적 상대주의는 "한 문화를 연구할 때는 그 문화의 시선에서 보라"는 학문적 자세이다. 이는 인류학자라면 누구나 동의한다. 둘째, 윤리적 상대주의는 "모든 문화의 가치가 동등하니 어떤 평가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두 번째 입장에 대해서는 보아스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인류학자가 반대해 왔다. 이해와 인정은 다른 것이다.

§ 3보편 윤리 — 문화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

모든 문화를 그 안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문화 관습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어떤 행위는 그것이 "오래된 전통"이든 "성스러운 의례"이든 간에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이 보편 윤리(universal ethics)의 입장이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사례

아래 관습들은 모두 그 사회 안에서는 오래된 "문화"였다. 그러나 그것이 침해하는 것이 인간의 생명·신체·자유·존엄이기에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비판되어야 한다.

  • 명예살인(honor killing) ·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소수자를 살해하는 관습. 매년 전 세계에서 5,000명 이상이 희생된다(UN 추정).
  •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 · 아프리카·중동 일부에서 어린 소녀에게 행해지는 신체 훼손. WHO는 이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 아동결혼(child marriage) · 미성년자(주로 여아)를 강제로 결혼시키는 관습. 유니세프는 매년 1,200만 명의 소녀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고 보고한다.
  • 식인 풍습(cannibalism) · 일부 사회에서 의례나 복수의 목적으로 행해졌던 풍습.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인 시신의 존엄을 침해한다.
  • 노예제(slavery) · 수천 년 동안 거의 모든 문명이 노예제를 "정상"으로 보았으나, 인류는 이를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폐지했다.
  • 사티(sati) ·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화장(火葬)에 함께 태웠던 관습. 영국 식민 시대와 인도 독립 후 모두 금지되었다.

보편 윤리를 떠받치는 두 기둥

IMMANUEL KANT · 1724–1804
정언명령 —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너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을 결코 한낱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동시에 항상 목적 그 자체로서 대하도록 행위하라."

칸트는 도덕의 근거를 어떤 문화·종교·관습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존엄에서 찾았다. 그의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은 시대·지역·문화를 가로지르는 보편 윤리의 기초가 된다.

UN UDHR · 1948
UN 세계인권선언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을 거치며 인류는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세계인권선언(UDHR)을 채택했다. 30개 조항에 걸쳐, 어떤 문화·종교·정치체제라도 침해해서는 안 되는 인권의 보편적 기준을 천명했다.

세계인권선언이 천명한 보편 윤리의 핵심

제1조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제3조 모든 사람은 생명권·신체의 자유·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제5조 어느 누구도 고문이나 잔혹한·비인도적인·굴욕적인 처우 또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
세계인권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이지만, 이후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1966) 등으로 구체화되어 국제법의 기초가 되었다. 그 핵심 정신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어떤 관행도 문화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이해하되 비판하라"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 윤리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한다. 우리는 다른 문화를 만났을 때 먼저 그 문화의 맥락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자기 문화의 잣대로 성급히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문화 관습이 인간의 생명·존엄·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비판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이 두 자세를 균형 있게 갖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관습이 "인권 침해"인지에 대한 판단도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판단은 대화와 토의를 통해 끊임없이 다듬어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극단으로 도망쳐서는 안 된다. "모든 비판은 위험하지만, 비판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 4인터랙티브 — 문화 갈등 판별기

아래 8개의 실제 사례를 하나씩 보면서, 그것을 문화 상대주의의 자세로 존중할 것인지, 아니면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비판할 것인지를 선택해 보자. 학자들의 해설을 통해 자신의 판단을 점검할 수 있다.

문화 갈등 판별기

INTERACTIVE
실제 갈등 사례 8개. 정답이 한 가지로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 학자들의 입장을 비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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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형성평가 — 학습 점검

5문항으로 이 단원의 핵심을 점검해 보자. 객관식·단답형은 즉시 채점되고, 서술형은 모범답안과 비교할 수 있다.

Q1다음 사례에 해당하는 잘못된 문화 이해 태도는?
"우리 한국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우리 글자가 가장 과학적이며, 우리 민족이 가장 우수하다. 다른 나라 문화는 우리만 못하다."
정답 ② 자기 문화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다른 문화를 낮춰 보는 태도가 자문화 중심주의(ethnocentrism)이다. 반대로 다른 문화를 무조건 우월하게 보는 것은 문화 사대주의이다.
Q2다음 중 문화인류학에서 문화 상대주의의 학문적 기초를 닦은 학자로 짝지어진 것은?
정답 ③ 프란츠 보아스(F. Boas)는 "문화는 그 자체의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제자 마거릿 미드(M. Mead)는 사모아 청소년 연구로 이를 실증했다. 둘 다 미국 문화인류학의 토대를 놓았다.
Q3극단적 문화 상대주의의 문제점으로 가장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정답 ④ ④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문제이다. 극단적 상대주의는 오히려 반대로 "모든 문화는 옳다"고 함으로써 어떤 비판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다. ①·②·③이 그 핵심 위험이다.
Q41948년 12월 UN 총회가 채택한,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며 천부적 권리를 가짐을 선언한 국제 문서의 이름은? (한글 또는 영문 약자)
정답: 세계인권선언 (UDHR ·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채택. 한나 아렌트의 무국적자 경험, 홀로코스트의 비극이 그 배경에 있다. "어떤 문화도 인간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만들 수는 없다"는 보편 윤리의 출발점이 되었다.
Q5명예살인·여성할례·아동 결혼 같은 관습이 "그들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그 근거를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 윤리를 모두 언급하며 설명해 보자. (150자 내외)
모범답안 예시 정당화될 수 없다. 문화 상대주의는 의식주·종교·언어·관혼상제 같은 한 사회의 고유한 삶의 양식을 그 사회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자는 원칙이다. 그러나 명예살인·여성할례·아동 결혼은 그 문화 안에서 어떤 인간(특히 여성·아동)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인권 침해이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선언했듯, 모든 인간의 존엄·자유·신체 안전은 어느 문화도 빼앗을 수 없는 보편적 권리이다. 따라서 다른 문화의 다양성은 존중하되,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관습은 그 문화 내부의 약자의 목소리와 함께 비판하고 바꿔 나가야 한다. ※ 핵심: 상대주의 → 문화 간 차이 존중 / 보편 윤리 → 인간 존엄의 절대선 / 양자의 균형은 "약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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