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문화를 대하는 세 가지 잘못된 태도
다른 문화를 만났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문화를 기준으로 그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본능은 종종 갈등과 폭력의 씨앗이 된다. 반대 방향으로 너무 멀리 가도 문제가 생긴다. 역사 속에서 인류는 세 가지 잘못된 태도를 보여 왔다.
자문화 중심주의
자기 문화만이 우월하고, 다른 문화는 열등하다고 보는 태도. 자기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일방적으로 평가한다.
문화 사대주의
반대로 다른 문화가 우월하고 자기 문화는 열등하다며 무조건 추종·모방하는 태도. 자기 정체성을 잃기 쉽다.
극단적 문화 상대주의
"문화는 다 다르니 어느 문화도 비판할 수 없다"는 태도. 그러나 이는 명백한 인권 침해마저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 세 태도는 모두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자문화 중심주의는 다른 문화의 가치를 부정하고, 문화 사대주의는 자기 문화의 가치를 부정한다. 그리고 극단적 상대주의는 모든 문화의 가치 그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문화에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을 부정한다. 우리는 이 셋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 2문화 상대주의 — 다름을 이해하는 자세
문화 상대주의(cultural relativism)란 모든 문화는 그 사회의 환경·역사·필요에 의해 형성된 것이므로 그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태도이다. 이는 자문화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현대 인류학의 기본 입장이다.
문화 상대주의의 정의
"한 문화의 가치와 의미는 그 문화 안의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자기 문화의 잣대로 다른 문화를 우월하다·열등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 태도는 이해의 자세이지 모든 것을 인정하라는 명령이 아니다. 어떤 문화 관습이 그 사회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야, 그것을 평가할지 어떻게 평가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문화 상대주의를 만든 두 인류학자
"문화는 진화의 단계가 아니다"
독일 태생의 미국 인류학자. 19세기 말 "야만 → 미개 → 문명"이라는 단선적 진화론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는 알래스카·태평양 북서부 원주민 사회를 직접 연구하며 모든 문화가 자신의 맥락에서 합리적이고 정교한 체계임을 증명했다. 그의 제자들이 20세기 미국 인류학을 만들었다.
"문화는 인간 본성이 아니다"
보아스의 제자. 1928년 『사모아의 청소년』에서 미국식 "사춘기 폭풍"이 사모아에서는 보이지 않음을 보여 줌으로써, 사춘기 갈등이 인간 본성이 아니라 미국 문화의 특수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연구는 성역할·청소년기·결혼관 등에 대한 미국 사회의 통념을 흔들었다.
문화 상대주의의 두 가지 의미
문화 상대주의는 두 가지 차원으로 구분되곤 한다. 첫째, 방법론적 상대주의는 "한 문화를 연구할 때는 그 문화의 시선에서 보라"는 학문적 자세이다. 이는 인류학자라면 누구나 동의한다. 둘째, 윤리적 상대주의는 "모든 문화의 가치가 동등하니 어떤 평가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두 번째 입장에 대해서는 보아스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인류학자가 반대해 왔다. 이해와 인정은 다른 것이다.
§ 3보편 윤리 — 문화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
모든 문화를 그 안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옳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문화 관습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길을 잃는다. 어떤 행위는 그것이 "오래된 전통"이든 "성스러운 의례"이든 간에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이 보편 윤리(universal ethics)의 입장이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사례
아래 관습들은 모두 그 사회 안에서는 오래된 "문화"였다. 그러나 그것이 침해하는 것이 인간의 생명·신체·자유·존엄이기에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비판되어야 한다.
- 명예살인(honor killing) ·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소수자를 살해하는 관습. 매년 전 세계에서 5,000명 이상이 희생된다(UN 추정).
- 여성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 · 아프리카·중동 일부에서 어린 소녀에게 행해지는 신체 훼손. WHO는 이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 아동결혼(child marriage) · 미성년자(주로 여아)를 강제로 결혼시키는 관습. 유니세프는 매년 1,200만 명의 소녀가 18세 이전에 결혼한다고 보고한다.
- 식인 풍습(cannibalism) · 일부 사회에서 의례나 복수의 목적으로 행해졌던 풍습. 인간 존엄의 가장 기본인 시신의 존엄을 침해한다.
- 노예제(slavery) · 수천 년 동안 거의 모든 문명이 노예제를 "정상"으로 보았으나, 인류는 이를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폐지했다.
- 사티(sati) ·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화장(火葬)에 함께 태웠던 관습. 영국 식민 시대와 인도 독립 후 모두 금지되었다.
보편 윤리를 떠받치는 두 기둥
정언명령 —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칸트는 도덕의 근거를 어떤 문화·종교·관습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존엄에서 찾았다. 그의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은 시대·지역·문화를 가로지르는 보편 윤리의 기초가 된다.
UN 세계인권선언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을 거치며 인류는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세계인권선언(UDHR)을 채택했다. 30개 조항에 걸쳐, 어떤 문화·종교·정치체제라도 침해해서는 안 되는 인권의 보편적 기준을 천명했다.
세계인권선언이 천명한 보편 윤리의 핵심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이해하되 비판하라"
문화 상대주의와 보편 윤리는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한다. 우리는 다른 문화를 만났을 때 먼저 그 문화의 맥락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자기 문화의 잣대로 성급히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문화 관습이 인간의 생명·존엄·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침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비판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이 두 자세를 균형 있게 갖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관습이 "인권 침해"인지에 대한 판단도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판단은 대화와 토의를 통해 끊임없이 다듬어져야 한다. 그러나 "어떤 비판도 할 수 없다"는 극단으로 도망쳐서는 안 된다. "모든 비판은 위험하지만, 비판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 4인터랙티브 — 문화 갈등 판별기
아래 8개의 실제 사례를 하나씩 보면서, 그것을 문화 상대주의의 자세로 존중할 것인지, 아니면 보편 윤리의 차원에서 비판할 것인지를 선택해 보자. 학자들의 해설을 통해 자신의 판단을 점검할 수 있다.
문화 갈등 판별기
INTERACTIVE§ 6형성평가 — 학습 점검
5문항으로 이 단원의 핵심을 점검해 보자. 객관식·단답형은 즉시 채점되고, 서술형은 모범답안과 비교할 수 있다.
"우리 한국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고, 우리 글자가 가장 과학적이며, 우리 민족이 가장 우수하다. 다른 나라 문화는 우리만 못하다."